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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강 시인 두 번째 시집 ‘기타 치는 노인처럼’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3,586회 작성일 2011-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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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강 시인 두 번째 시집 ‘기타 치는 노인처럼’
묵묵히 노래한 일상의 슬픔
기사입력 : 2011-04-21   btn_facebook.jpg 페이스북  btn_twitter.jpg 트위터  btn_me2day.jpg 미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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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태어나지 않은 내 딸의 무덤이었던 달, 그때 이야기를 좀 해보자: 나는 딸을 갖고 싶었다 세상에 태어나서 딸의 재롱을 못 보고 죽을 수는 없었다 (중략) 그러나 내 딸은 태어나지 못했다 태어나기도 전에 제 어미의 몸에서 죽었다.’ (달, 딸, 무균실)

시인 김승강은 딸과 아내에 대한 죄책감과 애틋함을 이렇게 풀고 있다. 그리고 무균실에 들어가 있는 아내와 비닐막을 사이에 두고 손바닥을 맞댄다.

김승강이 두 번째 시집 ‘기타 치는 노인처럼’(문예중앙 刊)을 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현실적 상황에 대한 상실과 수용을 다양한 양상으로 그려내고 있다.

시인은 일상을 현미경처럼 들여다본다. ‘용지호수’에서 화려한 레이저 분수쇼에 환호할 때 죽어간 오리와 거위가 스트레스를 받은 것은 아닌지,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곳’에 있는 무덤을 통해 소멸과 관조의 이미지를 구성한다.

금기시하는 성적 담론도 그는 거리낌 없다. ‘세상의 모든 자전거와 함께 평생을 같이하리 자전거 안장을 보면 심장이 터지도록 페달을 밟고 달리고 싶었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서 있던 말 엉덩이를 잔뜩 치켜들고 있던 말 네 엉덩이가 그랬다 너를 말처럼 타고 달리고 싶었다 갈기를 날리며 한 몸이 되어 달린 뒤 가쁜 숨을 내쉬는 너를 가로수에 묶어두고 싶었다.’(자전거 도둑)

답답한 현실로부터 해방되기를 원하는 시적 화자의 마음을 이렇게 담았다.

문학평론가 김문주 영남대 교수는 “고통을 습기의 언어로써 드러내지 않는 시인의 강렬한 희원(希願)의 언술은 그가 얼마나 깊이 앓고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면서 “코끼리처럼 묵묵한, 배후의 슬픔”이라고 평했다.

김 시인은 2003년 ‘문학판’으로 등단했고, 시집 ‘흑백다방’이 있다.

이학수기자 leehs@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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