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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명받은 한권의 책] 아동문학가 임신행 - ‘백석전집’(백석 著)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1,240회 작성일 2009-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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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명받은 한권의 책] 아동문학가 임신행 - ‘백석전집’(백석 著)
“무더운 여름 시 읽는 즐거움을”

통영·고성·창원 등 기행시편에 담긴 시적 상상력 탁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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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본명은 백기행이다.

백석은 한국 근대문학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는 훌륭한 시인이요, 아동문학가다. 그의 작품이 공개적으로 우리 곁에 온 것은 20년 전이다.

그는 평북 정주군 갈산면에서 태어났고, 남한과 북한에서 문단 활동을 한 소중한 시인이다. 그는 해방을 전후하여 민족적인 상상력을 통하여 훌륭한 시와 평론과 동화시를 생산 했다.

필자가 그에게 감동을 받은 것은 이 땅이 민족상잔인 6·25로 피폐해져 궁핍으로 어린이들을 소홀히 대접하고 있을 때 그는 어린이들의 영혼을 위해 양팔 걷고 활동한 문학전사였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의 민족 정체성이 강한 동화시 ‘집게네 네 형제’, ‘어리석은 메기’ 등을 읽고 감명을 받았다. 필자가 소외된 어린이의 정서를 줄기차게 내세우는 기틀을 백석으로 하여 얻었다. 그가 남긴 훌륭한 동화작품을 소개 하고 싶지만 이 무더운 여름에는 무엇보다 그의 기행시편들에 담긴 시적 환상성을 통해 시 읽기의 즐거움을 나누고자한다.

특히 우리 경남을 이토록 아름답고 사람 사는 맛이 저절로 나게 하는 고장으로 묘사해 시편들을 창조해 낸 것은 얼마나 고맙고 행복한 일인가? 감흥에 젖지 않을 수 없다.

백석의 ‘통영’, ‘고성’, ‘삼천포’, ‘창원’ 등 기행시편들에 동백 꽃잎으로 붉게 출렁이는 감동을 살펴 보자.

저문 유월의 바닷가에선 조개도 울을 저녁 소라방등이 불그레한 마당에 김 냄새 나는 비가 내렸다.(‘통영’의 마지막 연)

비도 예사비가 아니다. 순연의 김 냄새가 나는 비가 내렸다는 백석의 시적 상상력을 읽고 있으면 황홀지경에 이르지 않을 수가 없다.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재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가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또 다른 ‘통영’의 2연과 5연)

이 작품의 첫 연에는 부산한 마산의 선창이 묘사 되어 있기도 하다. 통영의 풍경이 전어 비늘처럼 현란하게 그려져 있다.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충동과 그리움을 시의 행간에 은닉해 놓아 통영을 가지 않아도 목판화로 다가서는 연정의 고장이다.

솔포기에 숨었다/토끼나 꿩을 놀래주고 싶은 산허리 길은//엎데서 따스하니 손 녹이고 싶은 길이다(‘창원’ 1연, 2연)

공업의 도시 자연의 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창원을 조감 해 놓은 듯한 백석의 시는 알싸한 향수를 지니게 한다.

어쩐지 당홍치마 노란저고리 입은 새악시들이/ 웃고 살 것만 같은 마을이다.(‘고성가도’ 마지막 연)

아 모도들 따사로히 가난하니/ 졸래졸래 도야지 새끼들이 간다/ 귀밑이 재릿재릿하니 볕이 담복 따사로운 거리(‘삼천포’ 중)

우리의 삶이 아무리 무덥고 어렵다 해도 백석의 시편들과 동화를 읽노라면 팍팍하고 고단했던 현실이 아름다워지고 살아 볼 만한 이승이라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좋은 시는 사랑의 묘약으로 우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해주기도 하지만, 참담함과 비참함이 화려하게 장식된 오늘이라는 갈피를 한결 수월수월하게 넘길 수 있게 해주는 서정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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