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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 친일시 논란 작품 논한다-경남도민일보
작성자 경남문학관
댓글 0건 조회 4,176회 작성일 2008-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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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환 탄생 100주년 가시지 않은 친일 시 논란 작품을 논한다]②'前夜(전야)'
'대동아 공영' 홍보 시…강요로 쓴 흔적 엿보여
newsdaybox_top.gif 2008년 08월 12일 (화) 정리/이일균 기자 btn_sendmail.gifiglee@idomin.com newsdaybox_dn.gif

'前夜(전야)'



새 世紀(세기)의 에스프리에서

뿔뿔이 樂想(악상)을 빚어

제가끔 音樂(음악)을 演奏(연주)하다.



生(생) - 死(사) 破壞(파괴) - 建設(건설)의 新生(신생)과 創設(창설)

天地(천지)를 뒤흔드는 歷史(역사)의 심포니 -.



聽覺(청각)은 神韻(신운)에 魅了(매료)되고

새 世代(세대)에의 心臟(심장)은 울어 울어

聖像(성상) 아래 魔笛(마적)은 소리를 거두다.



驚異(경이)한 神技(신기) 가운데

섬과 섬이 꽃봉오리처럼 터지다

森林(삼림)과 森林(삼림)이 鬱蒼(울창)히 솟다.

무지개와 무지개 恍惚(황홀)히 걸리다.



薔薇(장미)빛 舞臺(무대) 우에

熱演(열연)은 끌어 올라

樂屋(악옥) 싸늘한 壁面(벽면) 넘어로

華麗(화려)한 새날의 饗宴(향연)이 預言(예언)되다.



終幕(종막)이 내려지면

偉大(위대)한 人生劇(인생극)에로 옮길

많은 俳優(배우) 俳優(배우)들은

새 出發(출발)의 그 年輪(연륜)에서

征服(정복)의 名曲(명곡)을 부르리니

勝利(승리)의 秘曲(비곡)을 부르려니 - .


- <春秋> 12월호, 춘추사, 1943.



박태일 경남대 국문과 교수 해석 "일제 전쟁 승리 향한 설렘과 바람 담겨"

'대동아전쟁과 문필가의 각오'를 유치환이 생시 저작물에 올리지 않은 일은 극히 당연하다. 마찬가지로 '전야' '북두성' 두 작품을 시집에 올리지 않은 사실이 갖는 뜻 또한 뚜렷하다. 둘이 지닌 부왜적 됨됨이를 두려워했다는 뜻이다. 이른바 '대동아전쟁 제2주년기념대회'를 기리고, '학병출진' '문화결의앙양대회'를 화보로 내세우면서, 지원병에 대한 추김글로 메운 <춘추> 특집호에 올린 시가 '전야'다. '대동아공영'의 역사가 비롯하려는 '전야'에 느끼는 유치환의 설렘과 바람, 그리고 믿음을 담은 부왜시다.

시인은 극장에서 한 편 새 가극을 공연하는듯한 짜임새를 마련했다. 처음과 끝 도막에 서곡과 종곡을 앉혀두고 그 사이 본곡 네 도막을 깔아 '심포니'가 되게 이끌었다. '신기'를 다해 '신운'을 자아내는 '배우'·음악가들처럼 새로운 '인생극'의 '열연'을 바라마지 않는 간구가 "역사의 심포니"로 표현된 한 편 가극을 빌려 장대하다. 그것이 이루어지는 '악옥', 곧 극장이야말로 시의 울림 공간을 그대로 보여준다.

가극의 진행과 역사의 진행을 하나로 묶은 입체적인 짜임새다. '수'에서 볼 수 있었던 율/비율, 질서/무질서의 맞섬과 극복 방식이 전체/부분, '역사의 심포니'/하찮은 '마적의 소리'로 바뀐 채 되풀이한다.

그러니 '신운'과 '신기'를 다해 부를 "정복의 명곡", "승리의 비곡"이 뜻하는 바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전쟁' 승리와 '대동아공영권'이라는 새 음악 건설, 새 미래 건설, 새 세대의 도래가 그것이다. 지원병과 학병, 징병까지 부추기는 새로운 역사 '전야'에 만주국 협화회의 사상공작, 홍보문예의 수준을 나라 안팎으로 알리기 위해 만든 작품과 같이 공을 들였다.

'황군'의 위세를 떠벌리며 그 전과와 무공이 불러올 '화려한' 미래를 내다보는 상징적 울림은 '성전' 승리를 단선적으로 노래했던 부왜 국책시들과 다른 품격을 드러낸다. ('청마 유치환의 북방시 연구- 통영 출향과 만주국, 그리고 부왜시문' <어문학 98집> 한국어문학회, 2007. 12.)


정과리 연세대 국문과 교수 해석 "불가피한 협력에도 저항 의식 심고 있어"

'전야'는 박태일 교수에 의하면, "'대동아전쟁 제2주년기념대회'를 기리고, '학병출진' '문화결의앙양대회'를 화보로 내세우면서, 지원병에 대한 추김글로 메운 <춘추> 특집호에 올린 시"라고 한다. 때문에 일제의 이념을 선양하는 데 협력한 시일 수 있다. 마지막 연에 표현된 "정복의 명곡", "승리의 비곡"은 그러한 협력을 드러내는 시어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시는 '강요'에 의해서 씌어졌을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점을 감안해 읽으면 우리는 여기에서 청마가 나름으로 일제에 저항하고자 했음을 가리키는 흔적을 찾을 수도 있다.

우선, 이 시가 '대동아전쟁'과 '학병출진'을 명시적으로 찬양하고 권유한 내용을 담고 있지는 않다. 추상적으로 처리되었고 따라서 전쟁의 구체적인 양상에 대한 실감 있는 보고나 학병출진에 대한 권유가 두드러지기보다는 새날에 대한 기대만을 잔뜩 힘주어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 그 시에 표현된 '새 세기'가 일제가 준비한 새날일까? 일제의 통치자들은 당연히 그렇게 읽었으리라. 그러나 다른 새날로 읽을 수도 있다. 우선 1연의 '뿔뿔이'와 '제가끔'은 대동아전쟁 제2주년에 대한 열광이 아주 이질적인 생각들과 전혀 상이한 감성들의 덩어리임을 암시한다. 다음, 제3연의 "성상 아래 마적은 소리를 거두다"에서의 '마적'은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아주 다양한 정치적 표현으로 읽을 수 있다.

제5연의 "악옥 싸늘한 벽면 넘어로"에서의 '싸늘한 벽면'이란 무엇을 뜻하는가? 다양하고 이질적인 생각의 덩어리로서의 음악은 끓어넘치는데 그것이 활짝 열리는 걸 차단하고 있는 일제의 '울타리'로 읽을 수는 없을까?

이 시를 일제에 협력한 시로 읽게 한 "정복의 명곡", "승리의 비곡"도 그런 의심을 가능케 한다. '정복의 명곡'은 알겠는데, 왜 '승리의 비곡'인가? 왜 숨은 노래인가 말이다. '정복의 명곡'과 '승리의 비곡'을 모순어법으로 읽을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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