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배
작성자 경남문학관 /
작성일 2008-07-20 01:37 /
조회 3,069회
- 성명(호)김인배()
- 본명
- 출생년도1948-08-08
- 출생지사천 삼천포
- 거주지진주시
- 장르소설
- 소속작고
- 활동사항
본문
- 1975 계간 [문학과지성]에 [방울뱀]을 발표하면서 문단 데뷔
- 진주교육대학, 동아대학교 및 동 대학원 국문과 졸업
- 삼현여자고등학교 교사 역임
- 경남문협 회원.
- ´작가´ 동인
* 저서
- 소설집 [하늘 궁전], <후박나무 밑의 사랑>, <비형량의 낮과 밤>, <열린 문, 닫힌 문>,
-동생인 김문배 작가와 함께 한일 고대사와 언어를 연구해 「「일본서기」, 고대어는 한국어」, 「전혀 다른 향가 및 만엽가」, 「임나 신론」 등의 저술을 남김.
2019년 1월 19일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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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써 벗을 사귀었던' 김인배 소설가를 보내며
<비형랑의 낮과 밤> 등 펴낸 김인배 소설가 별세...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의 조사
19.01.21 10:16
최종 업데이트 19.01.21 10:16경남 진주에 살며 창작활동을 해온 김인배 소설가(전 창신대 교수)가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경 지병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72세. 김 소설가는 1975년 <문학과 지성>으로 등단했고, 소설집 <하늘 궁전>, <후박나무 밑의 사랑>, <비형랑의 낮과 밤> 등을 펴냈으며, 동생(김문배)과 함께 한-일 고대사를 연구해 <일본서기 고대어는 한국어>, <임나 신론> 등을 펴냈습니다. 장례는 21일 치러졌습니다. 다음은 송희복 진주교대 교수가 쓴 ‘조사’ 전문입니다.[편집자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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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인배 소설가. | |
ⓒ 국제펜경남지역위원회 |
범보(凡甫) 김인배 형님.
평소에 선생님이란 호칭보다 형님이란 호칭을 더 좋아하시고, 김인배라는 이름보다 범보라는 자호를 더 좋아하시던 형님. 오늘 마지막 지상에 계신 이 자리에서 살아생전에 불러보지 못한 자호를 불러봅니다.
범보 형님. 정말 믿기지 않는 일입니다. 세상에는 크고 작은 병을 몇 가지를 달고 살아도 십 년, 이십 년을 잘 대처하고 갈무리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데, 잔병 하나 없이 건강하게 살아온 형님이 병을 얻고 일 년 만에 돌아가시다니 참으로 뜻밖이요 허망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또한 더욱이 평소에 자신이 스스로 건강하다고 믿어오지 않았습니까?
그러고 보니, 형님과 저는 2010년대를 함께 보내왔군요. 저는 형님의 주변 인물 가운데 문학과 역사를 논하는 긴밀한 담화의 대상자로 자리하였고, 이런 인연으로 인해 앞으로는 형님의 마지막 삶과 문학을 증언할 수 있는 긴요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형님 생애의 마지막 9년은 무척 안온하면서 활동적이었습니다. 이 기간에 문단 활동은 극히 자제하시고, 옛 시절의 일들을 반추하면서 몇몇 후배, 제자들과 더불어 서민적인 주점에서 격의 없는 담화를 주로 즐기었습니다. 형님은 술에 취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주로 이야기에 취하는 일이 많았습니다.
보잘것없는 제 의견도 공감하면서 잘 들어주곤 하셨습니다. 문학과 역사에 대한 우리들의 담화는 때로 동서에 뻗어 있었고, 때로 고금을 꿰뚫었습니다. 지금 고쳐 생각하니 뜬세상의, 꽃처럼 소중한 인연이 아닌가 합니다.
범보 형님. 형님은 청년기에 화가의 뜻을 두시다가, 또 무슨 연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소설가로 생의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중년기에는 예술성의 밀도가 짙은 많은 소설을 발표해 중앙의 문단에 유다른 재능을 펼치고, 또 지역의 문단에도 남다른 문명을 떨치었습니다. 이 시기에 동인 활동을 통해 작단에 폭넓은 교우 관계를 맺었었지요. 이른바 '이문회우'(以文會友)라는 말이 있지요. 글로써 벗을 사귄다는.
이 시절을 지나, 형님은 장년기에 이르러 고대 한-일 관계사에 침잠하기 시작했지요. 한 동안 역사 속으로 특유의 사유를 형성하고 있었지요. 거기에서 방대한 글쓰기가 새로 시작되었지요. 역사학자로서의 김인배. 저는 후세에 이 이름이 전해질 것을 확신합니다. 노년기에 이른 형님은 다시 소설가로서 문단에 되돌아왔습니다.
형님께서는 생애의 마지막 2010년대에도 결코 붓을 서안 아래로 놓은 적이 없었습니다. 2012년에 낸 장편소설 <바람의 끝자락을 보았는가>는 기억이라는 틀을 빌려 의식의 주체로서의 개개인과, 굴곡진 현대사와의 연관성의 의미를 묻고 있는 소설이어서 많은 이들을 공명하게 했습니다.
2015년에 상재한 역사소설 <오동나무 꽃 진 자리>는 우리 경남 지역에 있었던 어느 향촌 선비 가문의 3대에 걸친 이야기를 미시사의 관점에서 탁월하게 서술, 묘파해 냄으로써 문학계도 문학계이지만 향촌사나 지역 문화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큰 울림을 던져준 작품이었습니다.
작년 2018년에 간행한 <열린 문, 닫힌 문>은 포스트모던 양식의 역사소설입니다. 이 작품은 대작주의를 지향한 소설입니다. 양적인 측면에선 대하소설의 원고 량에 미치지 못합니다만 질적인 혁신의 측면에서 볼 때 방대한 언어의 그물망을 펼쳐놓은 지적인 총체소설이란 관점에서 기존의 대하 역사소설의 문법을 능가하는 경이로운 작품입니다.
아쉽게도, 형님은 살아생전에 이 작품에 대한 정당한 비평적 가치평가가 내려지기 이전에 서둘러 떠나는군요. 더 아쉬운 사실은 형님께서 가장 애착을 가지신 마지막 창작집의 원고를 완성하고도 출판의 결실을 맺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이 유고집은 유족의 뜻에 따라 앞으로 처리될 것입니다마는, 제 생각으로는 2010년대의 마지막인 올해 연말이나, 아니면 1주기가 되는 내년 1월초에 간행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범보 형님. 형님은 전형적인 경상도 사내였습니다. 하지만 겉으로는 드러내지 않아도 가족에게 짙은 사랑과 애착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저는 남들이 잘 알지 못하는 이 사실에 관해 남다른 느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형님이 좀 덜 사회적인 분인 대신에, 한결 더 가정적인 분이 아니었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제 형님은 이 지상을 벗어나 하늘나라로 향해 영원한 소풍을 떠납니다. 천상에서는 가족에 대한 애틋함을 거두어주시고, 대신에 가족을 굽어 살피고 보살펴 주십시오.
범보 형님. 이제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한없이 쉬십시오. 쉬고, 또 쉬십시오. 천상에서 지상의 일이 궁금하시면 꽃구름 자락을 슬며시 여시고, 우리 후배들이 문학과 역사에 관해 무슨 얘기를 나누는지, 어떤 내용의 글을 쓰고, 어떤 형태의 책을 내는지를 내려다보아 주십시오.
유난히 일기가 좋은 오늘, 명징과 모호함의 경계, 기쁨과 슬픔의 경계, 색(色)과 공(空)의 경계, 삶과 죽음의 경계로부터 벗어나 지상으로부터 천상에로 도약하는 길에 오르십시오. 이제 형님께서는 다른 차원의 초월과 약동의 순간에 놓여 있습니다.
편안하게 명목하소서.
2019년 1월 21일. 아우 송희복 삼가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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